미세먼지도 끼고 해서
막걸리 하나 사다가 고기를 열심히 굽고 있는데
마당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습니다.
슬쩍 내다보니 언제 들어왔는지
꼬질꼬질한 큰 개 한 마리가 들어왔더군요.
원래는 흰색인데 꼬질꼬질해져 노란색이 될 것 같은 털과
지저분한 목줄을 보니 가출 유기견인가 싶기도 하고...
어쩐지 배가 고파 보여서 고기를 조금 줬습니다.
개가 굉장히 똑똑하더라고요.
고기를 줬더니 맛나게 드신 후
여기를 자기 집으로 생각하겠다는 기세로 마당에서 자더군요;;;
아, 이 개색....
사람 손이 그리웠는지
조금만 쓰다듬어줘도 흐믈흐믈 녹더라고요.
저녁때 주인이 찾으러 와서
데려갈 때까지는 유기견인 줄 알고
업둥이로 키울까도 생각을 아주 쬐끔, 잠깐 했습니다.
알고 보니 건넛마을 이웃이 키우시는 개더라고요.
주인이 낮에 일을 나가서 심심해서 잠깐 왔나 봅니다.
문제는 다음날 발생합니다.
아침에 나가보니 이 아이가 목줄을 끊고 와있더군요.
또 마당에서 자리를 잡고 눕습니다.
심지어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짖으며
집을 지키기까지 하더라고요.
온종일 그렇게 놀더니
우리 부부가 슈퍼 가는 길을 따라나서기까지 합니다.
누가 보면 우리 개인 줄 알겠어요.
어찌나 졸졸졸 따라다니는지
작년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까망이가 환생해서 온 건가 하는 망상까지 했답니다;
일단 저녁때 집에 다시 데려 다주고...
오늘이 삼 일째입니다.
네. 또 와있더군요.
눈만 마주치면 꼬리를 치며 달려오는 통에 곤란해서 혼났어요.
어제 끊어서인지 오늘은 목줄도 없이 왔더라고요.
오늘은 대범하게 마당을 넘어
집안에 침투하려다가 나의 불호령을 듣기도 했죠.
주인이 제대로 돌봐주지 않는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주인이 있는 아이를
내가 목욕을 시키거나 밥을 주기도 그렇고..
난감했습니다.
저녁에 다시 주인이 왔네요.
그냥 우리 보고 키우라네요. 하아....
아내님은 새 가족이 생겨서 좋은가 봅니다.
그리고 이 개색히는 결국 집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들여보내 준 게 아니라
눈치 보면서 어슬렁어슬렁 뒷문으로 들어왔습니다.
목욕도 시켜줬네요.
이름은 덕배입니다.
덕이 배만큼, 이라는 뜻이래요.
품종은 샤모예드입니다.
한 살 여아예요.
아..이 개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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