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같이 산 동생, 모래가 수술 후 마취에 못 깨어나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모래...

어머니 나무 자재 다듬는 공장 경리로 일하실 때, 그 곳에서 아빠도 모르는 상태로 태어났습니다.

한 놈이 유난히 잘 생겼다며 주말에 보러 가자시며 (집에서 10분 거리)

돌아오는 월요일에 아가들 다 장에 판다시기에 냅다 보러가서 앞 뒤 안보고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알콩 달콩 우리 동생 모래로 살아왔는데...


어머니는 우울증이 나아지셨고

동생은 집에 자주 머물게 되었으며

저는 우리 집 근처 산책로가 이렇게 훌륭한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5년.


우리 모래 잘 지내다가 저번 토요일 새벽에 구토를 하더군요.

가끔씩 과식에 구토를 하던 놈이라 아 엄마 제발 간식 좀 많이 주지 말라며 타박하고 넘어갔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암 것도 먹지 않더라구요.

그 때도 우리는 속이 메스꺼워 그런가 보다, 산책을 좀 시키고 오자며 호수공원 한 바퀴를 돌았네요.


그리고 일요일 아침, 또 다시 공복에 구토를 한 모래. 

무지한 저희는 이때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아직도 메스껍나보다하며

양배추죽이며 이거며 저거며 다 줬는데 안 먹더라구요.

심지어 고깃국에 고기도 안 먹길래 뭘까 했는데

밤 11시 또 다시 구토를 하기에 이 때 심각성을 깨닫고 

냅다 주말에도 하는 24시 응급실로 달렸습니다.


혈액검사 및 각종 검사를 해본 결과

간수치가 측정이 안 될 정도로 매우 높은 상태인데다가 

췌장염 양성반응에 담즙 과다 분비였나 뭐였나 

아무튼 간/췌장/당남에 문제가 있어 날이 밝는대로 빨리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더라구요...


이게 웬 날벼락인가...


링거와 여러가지로 입원을 시키고 돌아와서 힘들게 새벽을 보내고...

아침에 병원에 가니 빨리 수술을 해야겠다더랍니다.

이것저것 브리핑 해주는데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당남 제거 수술을 할 것이며 오늘 예정되어 있는 수술보다 모래의 수술을 먼저 할 예정이다.

그 정도로 빨리 해야 할 것 같다며...

또 간 수치가 너무 높은 경우 마취 후 못 깨어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마취 전 검사를 철저히 했다. 동의서를 작성하면 진행하겠다더라구요.


제가 사인 했습니다.

엄마랑 동생 저는 왜 그 때, 간 수치를 낮추고 하는 방법은 없느냐.

모래가 못 깨어나진 않겠죠?라고 반문하지 않았을까요.


왜 그랬을까요.


간 수치가 너무 높아있는 상태인데. 왜 그랬을까요.

우리가 반문해서 간 수치 조금이라도 낮추고 했다면 

지금쯤 모래는 제 옆에서 곤히 자고 있었을까요?


수슬을 맡기고 잠시 집에 와서 일하고 있는데

3시간 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바이탈 상태가 좋지않다며 얼른 오라는 전화가 옵니다.

부랴 부랴 달려갔더니. 눈은 떠 있지만 뭔가 마취에 덜 풀린 상태로 헤롱헤롱한 모래가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처음에는 우리는 못 알아보기에 마음이 아파  회복실 잠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더니 모래가 고개를 들고 꼬리를 치면서 우리를 향해 일어납니다.

그렇게 10~20초 온 힘을 쏟더니 다시 털썩.

수의사는 한 고비 넘겼다며 안도의 한 숨을 쉬고 계속 옆에서 응원하랍니다.

우리도 기쁜 마음에 계속 응원했지요.

10~20분 뒤 다시 또 일어나려고 발버둥 치더니 다시 또 털썩.

눈물 콧물 다 쏟고 있는데 모래의 눈에서 생기가 빠지는게 보이는 겁니다.

심박수 측정기를 보니까 갑자기 급 떨어지는게 보여 의사에게 소리쳤고

수의사가 응급처치실로 데려가려는데 그 순간 보았습니다.

모래의 흰자가 올라오고 심정지하는 걸.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들었고 그야말로 뇌정지 상태였어요.

수의사는 심폐소생하러 가고 15분뒤 쯤 다시 오더니

심정지가 왔었다. 그러나 다시 심박수를 올렸는데 의식이 없다...

모래가 힘을 내야한다며... 응급실로 데려갔습니다.

엄마랑 저랑은 목놓아 울고 소리치며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모래한테 소리치면서 일어나라고 화도 내고 미안하다며 사과도 하고


동생에게는 회사에서 급히 오라고 연락넣었고 영상통화로 모래한테 한 마디 하라 했습니다.

1시간 후 동생이 들어왔고 세 명이 부둥켜 안고 모래 응원했네요.

심박수가 점점 떨어지길래 아버지한테 영상통화해서 모래한테 마지막으로 인사하라 했는데

그 인사 듣고 심정지 와서 그대로 무지개 다리 건너갔습니다.


집으로 데려와서 하룻밤 같이 자고.

마지막으로 좋아했던 호수공원이랑 집 근처 같이 산책하고 화장하고 납골당에 안치했습니다.

오늘 삼우제 지내고 왔는데... 모래 너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금요일 새벽이 되었네요.

월요일에 있었던 일인데 아직도 생생하고 

지금 한 달이 지난 것 같이 일주일이 길고 마음은 괴롭고 고통스럽습니다.


우리 사랑하는 모래야, 우리한테 와줘서 정말 고맙고, 

더 좋은 곳 좋은 추억 만들어 줄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형이 절대로 모래 잊지 않고 항상 좋은 사람으로, 

'모래 형'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게.

멀리서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렴.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실컷 뛰어다니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 모래. 

형이 정말 미안하고... 

항상 고맙고, 진심으로 사랑한다. 


모래야 사랑해. 

형이 영원히 잊지 않을게 정말 미안하다...
모래야 사랑해 형이 진짜 미안해 
무지한 우리가 너무 미안하고 진심으로 사랑한다 모래야.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래 애도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출처 : 이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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